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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시: 2014-12-22 12:14:45, 작성자: 박종우, 조회수: 6918

겨레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정 [제2부]

“물항라 저고리”
제 2 부 “...하여 절망(絶望)하고 ...하여 희망(希望)하며 ”

{겨레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정} [ 화우재 和于齋 ]

“물항라 저고리”
제 2 부 “...하여 절망(絶望)하고 ...하여 희망(希望)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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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0> 수사반

황보 반장 : 법의학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사인(死因)을 두고 자살이냐 타살이냐 의견이 반반(半半)입니다.
콜롬보 최 : 신원은 확인 되었다지요?
남형사 : 박세준(朴世俊) 이라는 노인으로 칠순입니다. 중국의 연변(延邊) 동포로 밝혀졌습니다.
황보 반장 : 그림 그리는 분인데 몇달 전에 그림을 사기 당하고…

<장면 11> 인천항

제1 부두 국제 여객선 터미널.
한중(韓中) 정기 여객선 골든 브리지호가 입항하여 있다.
중국의 길림(吉林), 연변(延邊) 등지에 사는 우리 교포들의 모국 방문길이 부산하다.

인천(仁川) ~ 위해(威海)(중국 산동성 中國 山東省) 간(間) 350km의 望鄕 뱃길을 오면서 수십년 만의 가족 상봉에
가슴 설레이는 중국동포들. 개중에는 한약 보따리상(商)들도 있으리라.

터미널을 빠져나오는 사람들 가운데 수십년 긴긴 세월동안 애타게 그려보던 모국의 하늘, 땅, 흙, 바람, 구름을
만나는 감회로 벅차있는 박세준 노인의 상기된 모습이 보인다.

<장면 12> 인서어트 (신문기사)

“칠순(七旬)의 중국 교포 화가, 고국에서 첫 개인전” 제하(題下)에 박세준의 사진.

<장면 13> 서울 강남의 어느 화랑(畵廊)

박세준의 개인전. 백두산 천지 등을 그린 풍경화와 누드작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화랑 사무실. 전시회를 주선한 큐레이터와 박세준이 마주 앉아 있다.
큐레이터 : 오늘로 선생님 전시회가 끝났습니다만 참 이상하군요. 누드 작품만 팔렸지 다른 작품들은 통…
박세준 : 수고하셨어요… 안 팔리는 걸 어쩌겠습니까? 전시회가 성공하면 고향에 돌아가서 반듯한 화실 하나
차려 보겠다고 생각했습니다만…내 살아 생전 소원이라면 할멈 한번 만나보고 화실하나 가져보고…

큐레이터 : …그런데 누드 몇 점 팔린 대금 가지고는 전시회 비용도 나오지 않는군요…
박세준 : …나한테는 한푼도 돌아올게 없다는 말씀이군요…(낭패해 하는 박세준)

<장면 14> 값싼 여인숙

허름한 방. 소주 한두 병.
여인숙 주인(이 들어오며) : 할아버지, 숙박비가 많이 밀렸구랴… 방을 비우시든지…(난감해하는 박세준)

<장면 15> 변두리 다방

젊은 남자와 박세준.
남자 : 칠백만원이면 잘 봐드린 겁니다. 전번 강남 전시회때 팔리지 않은 그림인데, 어디가서 판답니까…
사정 봐 드리는 거에요…자 수표나 받으세요.
박세준 : 그래도 그림이 스무 점이나 되는데…
남자 : …그럼, 그만 두세요… 저도요 바쁜 몸입니다. 장사 한 두번 하는 것도 아니고…
(수표 쪽지 도로 집어넣고 벌떡 일어난다)
박세준 : …조오꼼 더 받을 수 있을까 해서 그래 본 건데… 할 수 없지요…
남자 : (다시 쪽지 쥐어주며) 잘 하시는 거예요, 영감님…

<장면 16> 은행

박세준 : (수표를 제시한다)
은행원 : (살펴본 후) 할아버님, 이것은 당좌수표라고 하는 것인데요, 부도난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 절망하는 박세준 )

<장면 17> 경찰서

박세준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있다.

<장면 18> 여인숙 (밤)

박세준의 방.
침입자 : (칼로 박세준을 윽박지르며) 그림 어딨어!
박세준: (질린 표정) 다 가져 갔어요.
침입자 : 잔말 말고, 빨리 내놔! (방안을 뒤진다, 샅샅이)
박세준 : 없어요…
침입자 : 피를 봐야 내 놓을거야 (칼을 휘두른다) (쓰러지는 박세준)

<장면 19> TV 뉴스
뉴스 리포터 : 필생의 역작그림 23점을 가지고 수 십년 만에 모국을 찾아왔던 중국동포화가 박세준 할아버지.
고국은 그에게 무엇을 주었겠습니까? 잇따른 사기에 말려들어 그림은 모두 없어진 채 을씨년스런 여인숙에서
급기야는 강도의 칼부림에 몸까지 상하게 된 비통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장면 20> 병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박세준. 옆에 신문 기자.
박세준 : …할멈 이름이 이李자 순順자 임任자... 이순임이야… 지금 어느 하늘 아래 있는지…
살아만 있다면 내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

<장면 21> TV 뉴스

뉴스 리포터 : 중국 길림성 연길시 (吉林省 延吉巿) 에 거주하는 박세준 화백은 이순임 부인의
생사라도 알고 싶다며… 박 화백(畵伯)의 말씀을 직접 들어 보시겠습니다…

<장면 22> 수사반

콜롬보 최 : 반장님, 아무래도 중국 현지에 가서 박노인에 관한 탐문수사를 하시는 편이 현명하실 거예요.
마침 연길시에는 제가 잘 아는 분도 계시고…

<장면 23> 여로(旅路) 스케치(컴퓨터 그래픽) 서울→ 홍콩→ 북경→ 장춘까지의 공로(空路)

<장면 24> 장춘(長春) → 연길(延吉) 간 기차 여행중 풍경 스케치.

벼논, 농우(農牛), 초가집, 물동이 이고 가는 시골 아낙네, 치마 저고리 등 차창(車窓)으로 흐르는 농촌 풍경.
콜롬보 최 : 60년대의 우리나라 농촌 같군요.
반장 : 소박하고 좋군요, 고향길 가는 기분이 드는데…
콜 최 : 그렇군요. 사람 사는데 같아요. 요지음 우리 농촌 얼마나 문제가 많나요… 개발(開發)이라는 것이
무언가 하고 다시 생각해 보게 되지요… 과연 어떤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인지…

<장면 25> 연길역(延吉驛)

역을 빠져 나오는 일행들.
연변(延邊)대학 홍(洪)교수가 마중을 나왔다.

홍 교수 : 최 선생님 피곤 하시지요. 12시간이나 기차를 타셨으니…
콜 최 : 감사합니다. 이렇게 직접 나와 주셔서…(서로 소개시키고 인사하는 장면은 MUTE로 처리)

<장면 26> 연길 시내 스케치
연변 조선족 민속 박물관, 한인(韓人)이 운영하는 신화서점, 시내에 있는 한인(韓人)시장의 떡가게 등.
간판은 대부분 한글과 한자의 두 가지로 붙어 있다.

민속 박물관 부원장 : 소수민족들에 대한 중국인들의 각별한 관심과 넓은 포용심에 대하여 우리 소수민족들은
그들에게 경의를 표할 정도입니다. 소위 일부 선진국에서 행해지는 소수민족의 문화말살 정책을 상기해 보시면
중국은 칭송 받을 만 해요. 중국인들은 중공내의 50개가 넘는 소수민족들의 교육과 고유관습이나 문화를
잘 보존 유지할 수 있도록 특별한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과연 뿌리가 깊고 굵고 오래된 대국(大國)다운 대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장면 27> 식당

동포(1)(관광 안내원) : 한국 관광객들은 민족의 영산(靈山)인 백두산을 꼭 보고 싶어 합니다.
서울에서 온 대학교수 : 장춘(長春)에서 열린 국제 학술 회의에 참석했다가 백두산 관광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없어 백두산 정상 부근까지 지프차로 다녀 왔지만요…
백두산 입구의 천지호텔에서 묵은 하룻밤은 잊을 수가 없을 거예요.

이런 시조가 생각나더군요.

배달족 역사의 샘 천지(天池)를 바라보니
민족의 얼을 담은 푸른 빛 자욱한데
장엄한 이 광경을 내 땅에서 보았으면 (이종영 李種永 지음)

콜 최 :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이제 통일 무드가 조성되고 있으니 “내 땅”에 가 볼수 있겠지요.

동포(2) : 중국을 찾은 한국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교포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는
연길시(延吉巿) 에는 한국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황보 반장 : 부작용도 많다고 들었는데…
홍 교수 : 88 올림픽 이후 한국에 대하여 중국교포들은 호감을 갖게 되었지요. 그런데 한국관광객들의 경거망동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때가 많아요. 연길시내에 크고 작은 유흥업소가 많아요.
손님의 대부분이 한국인관광객이지요. 특히 가라오케, 디스코장, 룸 살롱 등에는 더 해요.

동포(1) : 중국물가가 워낙 싸서 그런지 돈을 정말 물 쓰듯 해요. 심지어는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의 한달 봉급보다
더 많은 팁을 주며 엉뚱한 요구를 하는 추태도 가끔 있다더군요.
홍 교수 : 정말 안타깝습니다. 남의 땅에서도 우리 민족의 얼을 애써 가꾸며 미풍양속을 잘 지켜오고 있는
교포사회에 그와 같이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니 말입니다. 중국 땅에 살아 숨쉬는 백의민족의 얼을 앗아가고
중국내 퇴폐문화의 온상이 되고 있으니…

저만치 아기를 안고 흔들며 자장가를 부르는 동포 여인 :

자장자장 우리아가 금자동아 은자동아 만첩산중 옥포동아
칠기천금 보배동아 오색비단 채색동아
억조창생 의탁동아 막대같이 실하거라 그림같이 어질거라
하늘같이 높으거라 천지같이 넓으거라
나라님께 충신동아 친구간에 의리동아 부모에게 효자동아
일가친척 우애동아 형제간에 화목동아 서당가면 재주동아
금자동아 은자동아 자장자장 잘도 잔다.

<장면 28> 숙소

콜 최의 방 : 중국에 사는 동포를 위해 서울 KBS가 보내는 방송을 듣고 있다.
아주 깨끗하게 들린다. 잠시 후 라디오 끄고

콜 최 : 만주(滿洲)다, 간도(間島)다 하는 말, 좀 자세하게 설명해 주세요.

민속박물관 부원장 : 중국의 동북부(東北部) 지방에 있는 삼성(三省)을 일본사람들이 만주(滿洲)라고 불렀지요.
이 지방은 요녕성(遼寧省) 길림성(吉林省) 흑룡강성(黑龍江省) 등 3성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이 동북 3 성 일대에 걸친 조선족 거주지역을 보통 간도(間島)라고 불렀고요. 이 중에서 길림성 동부 국경 지대에
연변 조선족 자치주가 형성되어 있고 자치주정부가 있는 주도(州都)가 바로 이 연길시가 되지요.

황보반장 : 간도는 옛날에 우리 땅이었지요?
부원장 :간도는 일찍이 조선시대에 한국 유민(流民)들이 개척하였던 우리 땅인데, 일본이 청나라에 팔아 넘긴 거지요.
간도 이주민들은 그 당시 아무짝에도 못쓸 황무지를 갖은 고생 끝에 기름진 옥토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홍 교수 : 간도는 북간도 라고 하기도 하지요. 3.1 만세 운동 이후 항일 독립 운동의 거점 이었지요…
그 유명한 홍범도(洪範圖) 장군이 지휘하는 독립 투사들의 우렁찬 함성이 아직도 저 하늘에서…

<장면 29> 이미지 컽(Image Cut) - 아래 詩 내용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 없이 건넜을까 (중략 中略)

아하, 밤이 점점 어두워 간다
국경(國境)의 밤이 저 혼자 시름없이 어두워 간다 (중략 中略)
이렇게 춥길래 오늘따라 간도(間島) 이사꾼도 별로 없지
얼음장 깔린 강바닥을 바가지 달아매고 건너는
밤마다 밤마다 외로이 건너는 함경도 이사꾼도 별로 안 보이지

회령(會寧)서는 벌써 마지막 차 고동이 텄는데
백설(白雪)로 오백 리 월광(月光) 으로 삼천리
두만강의 겨울 밤은 춥고도 고요하더라

[ 1925. 3월 파인(巴人) 김동환(金東煥)의 시(詩) “국경國境의 밤”에서 뽑음]

<장면 30> 숙소 (계속)

콜 최 : 간도는 고구려 때도 우리 땅 이었지요? 고구려의 최대 강역(疆域)은
요하 이동(遼河以東) 즉 요동(遼東) 땅에 까지 이르렀죠, 아마.
부원장 : 고구려가 한창 융성했을 때는 그 영토가 중국 땅 북경(北京)을 포함한 내몽고까지 이르렀다고 합니다.
지난 1976년 북한의 평남 대안시 (平南 大安市) 덕흥리(德興里)에서 발견된 고분의 벽화에서
그런 사실이 밝혀지고 있답니다.
홍 교수 : 자주 들으셨겠지만 용정(龍井)도 이 지방에 있고요. 여기서 남쪽으로 30km 정도이죠.
황보 반장 : 길림성은 두만강, 압록강과 바로 접해 있지요?

<장면 31> 이미지 컽

길림성 부근 지도(컴퓨터 그래픽) 위에

내레이션 : 길림성은 동쪽으로 두만강을 접하고 남쪽으로는 압록강을 끼고 있어 동남쪽으로는 한반도와 연결되어 있다.
지척이면 꿈에 그리는 어머니 나라가 거기 있는 것이다. 어디 그 뿐이던가. 동쪽으로는 내달으면 장백산맥에
해발 2,774m의, 배달민족의 영산(靈山)인 백두산이 숭엄(崇嚴)하게 솟아있으니...

<장면 32> 이미지 컽

자막 처리 : 이 세상 그 어데를 가나 오나 / 나는 진정 자랑하고 싶노라 /
내가 배운 가장 무거운 말로 / - 나는 조선 민족이다! 조선 민족- /
천번 불러 다정한 그 부름속엔 / 얼마나 살뜰한 정이 깃들어 있는가! / 선조의 넋 / 부모의 피 /
미래로 달려갈 후손들의 복된 숨결까지도...

[ 길림시에서 발행되는 잡지 “도라지” 1984. 4월호에 실린 김학송의 시(詩) 에서 뽑음]

<장면 33> 식당

황보 반장 : ...박세준 화백과 첫날밤을 치른 다음 날 부인 이순임이 일본군 한테 끌려갔다... 그런 말씀이군요.
콜롬보 최 : 일본군이 이곳 동포들도?
동포(3) : 일제(日帝)의 마수가 이곳 길림성(吉林省)에 까지 뻗쳤지요.

<장면 34> 이미지 컽

이순임의 처절한 절규가 Close Up 된 스틸 사진(정지화면) 위에

내레이션 : 중국 길림성(吉林省)에서 태어난 이순임은 열 여덟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한테 끌려가 군부대의
위안소에서 일본군의 성(性) 노리개가 되는, “짐승”같은 악몽의 생활을 반년이나 했다. 이른바 종군위안부 또는 정신대.

이순임의 소리 (창唱 으로 처리) : 돈도 싫소. 부귀영화도 내 다 싫소. 망가진 내 인생 열여덟 신부로 되돌려 주오...

<장면 35> 다시 식당

황보 반장 : 그렇게 끌려간 뒤로는 여태 행방을 모르고 있군요.
동포(3) : 한국에 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그 왜 서울의 KBS 방송이 여기 나오잖아요...
비슷한 할머니가 있는 것 같다느니...
동포(4) : 세준이 영감은 그림에만 낙을 붙이고 그렇게 쓸쓸히 살았는데... 서울 가서 그 꼴이 되다니...
할멈이라도 만나면 모를까 안그라모 죽을라 할끼이라...
콜 최 : 일가친척이 없던가요?
동포(3) : 그런가 봅니다. 그분 웃대 어른 가운데 멕시코에서...
황보 반장 : 지금 멕시코라고 했습니까?

<장면 36> 멕시코 애니깽 농장에서 겪는,
조선인 노동자 1,033명의 전설 같은, 슬픈 이야기

자막 : 1905 → 1915년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메리다(MERIDA). 애니깽 농장.

[ 애니깽 - 선인장과에 속하는 용설란의 일종. 그 가시와 독소는 매우 위험하며 애니깽 밭에는 독사가 많음.
밧줄과 카펫트의 원료로 쓰임 ]

아래 화면들은 잿빛 모노크롬(Monochrome-單色)으로 처리하되 환등기를 이용한 정지화면으로 구성함.
그러므로 장면이 바뀔 때마다 찰깍찰깍 하는 소리를 효과음으로 사용함.

① 자막 - 1904년 5월
장면 - 멕시코 국적을 가진 영국인 메이어즈와 일본 대륙 식민회사의 조선지부장「오바 가니찌」
소리 - 멕시코 애니깽 농장의 노동력을 구하기 위해 불법이민 송출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찰깍)

② 자막 - 1년 후 1905년 4월
장면 - 인천항. 영국 선박 일포드(ILFORD)호에 실린 1,033명의 조선 백성들
소리 - 두 외국인은 멕시코는 지상의 낙원이고 그곳에 가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고 속였습니다. (찰깍)
③ 자막 - 두 달후.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메리다 애니깽 농장
장면 -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서 애니깽 잎을 따고 있는 조선인 노동자들. 애니깽의 가시와 독소
그리고 애니깽 밭의 독사 때문에 다치고 죽어가는 모습들.
소리 - 죽을 고생으로 견뎌 낸 계약 기간 4년이 지나도 농장 주인들은 마음대로 노동기간을 연장하는가 하면
급료도 제대로 주지 않는데다가 노동 목표량을 달성 못하면 가죽 채찍으로 피를 불렀고 탈출하는 사람은 총살 -
바로 생지옥 이었습니다. (찰깍 - 이하 같음)

④ 자막 - 고종황제와 외무대신 윤치호
장면 - 자막과 같음
소리 - 뒤늦게 이 사실은 알게 된 고종황제가 윤치호에게 진상 규명을 긴급지시. 현지 파견을 명령했으나
일본 외무대신의 은밀한 방해공작으로 실패하고... 또 세월이 흐르고... 조정은 저들을 잊어가기 시작했고...
그들의 노예생활은 더해만 가는데...

⑤ 자막 - 1915년 - 애니깽 농장 지옥생활 10년 뒤
장면 - 조선인 노동자 대표 4명, 농장 탈출
소리 - 나랏님(임금)께 이 천인공노할 사실을 알려야 한다며 대표자 네 사람이 가까스로 농장탈출에 성공,
천신만고 끝에 쿠바에 상륙하게 되었으나 밀입국자로 체포되어 5년간 중노동형...
하늘도 무심하고 땅도 무정하구나... 한명이 끝내 죽고 나머지 세사람이 쿠바 탈출에 성공하였는데...

⑥ 자막 - 다시 5년 뒤.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 도시 티화나.
장면- 멕시코 애니깽 농장을 거쳐 쿠바, 쿠바에서 티화나에 이르는 고난의 역정(歷程)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되는 지도로 나타난다.
소리 - 그러나... 애달프다 어이하리...
티화나 에서는 정신이상자로 취급되어 정신병원에서 또 4년을 허송하게 되었으니...

⑦ 자막 - 4년 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항(港).
장면 - 위 항구에서 하역작업을 하고 있는 조선인 노동자 두명.
소리 - 임금님께 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뭉쳤던 네 사람 가운데 이제 오직 두 사람만 남았습니다.
이들은 하역 작업을 하던 중 일본선박에 몰래 숨어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⑧ 자막 - 인천항
장면 - 일본의 관계기관원에 붙잡히는 두 사람
소리 - 멕시코 농장을 탈출한지 30년 만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어 내 나라 내 땅에 돌아왔건마는
나라도, 임금도, 조선백성도 이미 사라진 채 일본의 사슬에 묶여 있었으니...

⑨ 자막 - 인천 지방 법원
장면 - 법정에 선 두 사람.
소리 - 그들은 유죄판결을 받고 투옥됩니다.

⑩ 자막 -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장면 - 두 사람이 애니깽 토막을 흔들며 고함치는 모습.

소리 - 두 형제는 증거물로 숨겨 가지고 온, 한 많은 애니깽 토막을 흔들어대며 울부짖습니다.

(이때 “물항라” 천 조각이 허리춤에 매여 있는 것이 보임)

(그들의 목소리로 - 목소리는 ECHO로 처리) 조선의 임금님을 만나게 해 주시오! 이것을 꼭 보여드려야 합니다.
우리 동포들이 이역만리 타국에서 이것 때문에 원통하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다시 내레이터의 목소리로)... 그러나 이들의 피맺힌 절규에 대답하는 사람은 조선 땅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빼앗긴 나라... 남의 땅...

[ 멕시코 애니깽 농장 장면은 아래의 내용을 참고하여 재구성 하였다.- 연극 <애니깽> 및 공연 프로그램 (팸프릿)
: 극단 <신시 神巿> 창단 공연, 김상열(金相烈) 극본 및 연출 1988. 10. 20 -11. 20. 서울, 대학로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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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 부 마지막 회로 이어집니다 ] 박 종우 < 겨레 뉴스 기자 >

본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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