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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시: 2011-04-12 22:41:36, 작성자: 이미선, 조회수: 12403

201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김진기시인

[201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차우차우 / 김진기


싸자개 차우차우
긴 갈기를 바람에 빗질하며 서쪽 하늘을 바라본다
칠장사 참배객의 발길이 어스름을 따라 사라지고
스님의 독경 소리 어둠에 몸을 누이면
티베트에서 온 차우차우
몰래 경내를 빠져 나가 칠현산에 오른다
바라보면 멀리 눈 덮인 고향이 보인다
달라이라마가 포탈라 궁을 버리고 망명길에 오른 이후
그는 이곳으로 흘러왔다
호기심 어린 눈들이 발소리 지우면서 다가오면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듯
괜찮다 괜찮다 가벼이 꼬리 흔든다
꿈속에서나 만나는 그리운 히말라야 캄파라 패스를
이불처럼 두른 라싸 포탈라 궁
누가 구름 위에 백홍의 궁전을 지었나
돌아가는 마니차는 눈빛에 반짝이고 막 피어 올린 향내가
미로 같은 포탈라 경내를 적신다
얼어붙은 티베트 고원을 오체투지, 몇 달을 넘어온 장족이
다리를 질질 끌고 도착할 때마다
차우차우 맨발로 뛰어 나간다
고행을 먹고 사는 것인지
갈라터진 손바닥 무릎에서 흐르는 피, 내세의 제단에 올리면
신은 때때로 길을 비켜 준다
소문은 바람을 타고 먼저 왔는지
칠장사 차우차우가 도착하기 무섭게 라싸 차우차우들이 몰려나온다
부여잡고 얼굴 부비는 뭉클한 안부가 골목에 흥건하다


[당선소감]

시작 늦어 만만찮던 시인의 길…머무르지 않고 더욱 정진할 것


일요일 아침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좀처럼 흥분을 모르던 내 단단한 노하우가 맥없이 빗장을 풀고 말았다.
"감사합니다."
남들은 "그 나이에 무슨 시 공부냐? 편히 지내지." 하며 핀잔 반 충고 반 던지곤 했다. 그러나 아득한 꿈은 나를 지금에야 불러냈다. 대학에서 4년간 국문학 공부를 한 나는 배고픈 시인의 길을 버리고 현실을 좇아 취업을 택했다. 3년 전 다시 여유를 찾아 시에 매달리게 된 것은 4년 동안 공부한 문학의 애착이 아까워서였다. 나는 국문학 중에서도 특히 시가 좋았다.
그러나 시세계에 발을 들여 놓고 보니 이쪽은 결코 만만한 동네가 아니었다.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복병, 선수마다 꺼내든 무기가 달랐다. 같은 말을 표현하는데 표현하는 방법이 신출귀몰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수없이 망설였다. 아직도 정확한 길은 모른다. 남들이 하루 5시간을 자면 나는 4시간을 자야하고 남들이 하루에 시 10편을 읽으면 나는 15편을 읽어야 한다. 나는 지금에 머무르지 않겠다. 뒤 돌아보지 않겠다.
기축년 한해는 내 생애에서 가장 힘들었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혔다. 인생을 다시 공부해야 했다. 돌아가신 부모님은 나를 기특하게 보신 것 같다. 태백산 검용 소물이 흘러 한강의 젖줄이 되듯 내 고향의 맑은 마음도 시처럼 흐를 것이다. 항상 내가 어려울 때 손을 내밀면 조건 없이 도와준 인간미 풍기는 여러 선생님들의 정이 생각난다. 그리고 객지에서 동분서주하는 내 아내와 중국의 큰 아들 내외와 손자 동주, 싱글 의 둘째 아들 모두와 기쁨을 나누고 싶다. 특히 미숙한 내 글을 뽑아 불씨를 당겨 준 경인일보 관계자와 심사 위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앞니가 빠지고 시를 쓰다


김진기(73) 시인은 201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차우차우’로 당선됐다. 신춘문예 최고령 당선자로 기록됐다. 그의 당선 소감은 지나온 세월을 몇 자로 요약하고 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했으나 일에 바빠 시를 돌볼 틈이 없었다. 여유를 찾은 2007년부터 시를 붙잡았다. 그 사이 시는 “신출귀몰”해져 있었다. 평생교육원에서 시 창작 강의를 듣고 남들이 하루에 10편의 시를 읽을 때 15편을 읽으면서 공부했다. 그러나 당선 소감에서 그는 “정확한 길을 모르겠”노라 했다. 2011년 그는 이렇게 말한다. “여러 가지 시를 쓰려고 해보았다. 젊은 사람들의 시, 톡톡 튀는 시를 흉내를 내려고 공부를 했다. 그런데 역시 힘이 들었다. 그 역시 나이 든 사람은 맞는 시가 있는 것 같더라. 가능하면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시를 써야 되겠다 했다.” 거기에는 젊은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있다. 이를 테면, 앞니가 빠지는 일 같은 것. “단단하던 내 집/ 대문이 돌풍에 떨어져 나갔다/ 바람은 소리치며 안방까지 몰려온다/ 시린 바람이 내 가슴을 때린다// (…) 혀에 올려놓고 자근자근,/ 낯선 놈은 귀신같이 찾아냈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상처 입힐 말은 막아서고/ 분을 삭이지 못해 파랗게 떠는 입술/ 지그시 깨물어 달래던 문지기.”(‘앞니’, <우리 시> 2010년 5월)

그는 소설이 아니라 시를 택한 이유를 기력이 쇠해서라고 말한다. “그 나이에 어떻게 시를 쓸 수 있느냐고 사람들은 묻는다. 힘으로 하는 거면 안 되겠지만, 자기가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감성 가지고 하는 거니까,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시가 위로가 된다고 한다. “컴퓨터를 켜놓고 머릿속에 메모해놓은 것을 글로 써놓고, 완성해놓고 나면 쾌감을 느낀다. 이 길을 선택 잘했다. 이 나이에 이름을 날리는 시인이 되려는 건 아니고, 스스로 만족하면서 살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성공이다.”




김진기 시인 프로필

정신과 표현 시 부문 등단(2008)
201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37년 강원도 태백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전 대한일보 기자.
춘천 문화방송 부장.
현 태림인더스트리(주) 명예회장


나는 김진기시인과 같은 지역 수원에서 살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동에 위치한 경기평생교육관 시 강의에서 그분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난 강릉이고 김시인은 태백으로 고향이 동향이다.
나이를 초월하여 문인으로서 문학을 통해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김시인을 처음 뵈었을 때. 나이드신 분이 시를 열심히 배우러 오시는 모습에 감명받았다.
일흔 넷의 고령인데도 불구하고 문학을 향한 열정은 젊은 사람보다 더 진지했다.

또 김시인의 성품을 빼놓을 수 없다.
문인이기 전에 인격이 더 갖추어져 있으면 더욱 글이 돋보이기 마련이다.
문인은 우선 글보다 인격을 먼저 갖추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김시인은 그런 분이다.
가까이에서 그 분을 뵌 사람으로, 김시인의 시도 좋지만 인품도 존경스럽다.
조용한 성품에 젊은 사람들을 배려해주고 결코 나이를 내세우지 않고,
젊은 사람들의 분위기에 기꺼이 맞추어 주시는 분이었다.

그의 시를 가만히 읽고 있으면 일흔이 넘은 분이 쓴 시같지 않다.
그의 시는 감각이 젊고 탁월하다.통통 튄다.
나이에 비해 참신하고 젊은 시 세계의 감각을 유지한다.
오십대인 나보다 더 정신세계가 앞서가는 것 같다.

김진기시인은 그 유명한 문인의 산실인 동국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문학의 길을 택하지 않고 줄곧 기자의 길을 걸었다.
기자직을 퇴임하고 4년전부터 뒤늦게 문학의 길에 들어서서 등단 후 각고의 노력 끝에
드디어 2010년에 신춘문예의 영광에 당선되었다.

문학을 하는 문인은 영원히 동심과 순수의 세계에 머문다.
김시인은 아직도 맑고 순수한 소년의 마음을 지닌 분이다.
일흔 넷에도 문학과 인생의 열정을 용광로처럼 간직한 김진기시인이 존경스럽다.
계속 좋은 시를 우리에게 선물해주시길 바란다.

-- 이미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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